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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역사 기본 25. 마크롱 시대 이후 현대 프랑스의 과제와 전망
마크롱의 등장과 새로운 정치 동학
2017년 5월 7일, 39세의 엠마뉘엘 마크롱이 극우 후보 마린 르펜을 제치고 프랑스 제5공화정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 전통적인 정당 시스템을 우회하여 자신이 창당한 중도 정당 '라 레퓌블리크 앙 마르슈'(LREM)를 기반으로 권력을 장악한 마크롱은 프랑스 정치의 근본적 재편을 상징한다.
마크롱의 당선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전통 정당(사회당, 공화당)에 대한 불신, "체제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 좌우 양극단에 대한 우려, 그리고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망이 결합되었다. 마크롱은 "동시에 좌파이자 우파"(en même temps)라는 모호한 위치성으로 다양한 유권자층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취임 직후 마크롱은 에두아르 필리프를 총리로 임명하고, 좌우 인사들을 골고루 포함한 내각을 구성한다. 6월 총선에서 LREM이 국민의회 577석 중 308석을 차지하며 안정적 다수를 확보하고, 마크롱은 광범위한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마크롱은 취임 초기부터 "프랑스 변혁"(transformation de la France)을 핵심 목표로 제시한다. 노동시장 유연화, 공공부문 개혁, 기업환경 개선, 교육 개혁, 연금 개혁 등 구조적 변화를 통해 프랑스의 경쟁력 강화와 실업 감소를 추구한다.
그러나 마크롱의 개혁 드라이브는 곧 저항에 부딪힌다. 2017년 9월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되고, 2018년 초 SNCF(프랑스 국철) 개혁에 철도 노동자들이 3개월간의 파업으로 맞선다. 비판자들은 마크롱을 "부자들의 대통령"(président des riches)이라 공격하며, 정책의 사회적 불평등 심화를 우려한다.
마크롱 임기 중 가장 심각한 위기는 2018년 11월 시작된 "노란 조끼"(Gilets Jaunes) 운동이었다. 연료세 인상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 운동은 점차 넓은 사회경제적 불만과 엘리트 반감으로 확대되어, 6개월 이상 매주 토요일 시위가 전국에서 발생한다. 일부 시위에서는 심각한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샹젤리제 거리 상점들이 약탈당하는 등 파리 중심부가 큰 혼란에 빠진다.
마크롱 정부는 결국 연료세 인상을 철회하고, 최저임금 인상, 연금에 대한 사회보장세 폐지 등 100억 유로 규모의 양보안을 발표한다. 또한 2019년 1월부터 3개월간 "대국민 토론"(Grand Débat National)을 실시하여 국민들의 불만을 직접 청취하는 시도를 한다.
노란 조끼 운동 이후 마크롱은 보다 사회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일부 조정한다. 그러나 2019년 12월 추진된 연금 개혁(42개 별도 제도를 단일 포인트 시스템으로 통합)은 다시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촉발한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은 마크롱 임기의 또 다른 중대 도전이 된다. 정부는 강력한 봉쇄조치(lockdown)를 실시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quoi qu'il en coûte) 경제와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방침 하에 대규모 지원 정책을 펼친다. 이는 재정적자 확대를 가져오지만,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다.
2020년 7월, 마크롱은 장 카스텍스를 새 총리로 임명하고 내각을 개편한다. 코로나 위기 대응과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춘 정부 운영이 이어지며, 당초 계획했던 많은 개혁들이 연기되거나 축소된다.
202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마크롱은 코로나19 위기 관리, 경제 회복, 유럽 통합 심화 등의 성과를 강조하지만, 사회 통합과 민주주의 쇄신 등에서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4월 24일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은 다시 마린 르펜을 이기고(58.5% 대 41.5%) 재선에 성공한다. 이로써 그는 2002년 자크 시라크 이후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경제 개혁과 사회적 도전
마크롱의 경제 정책은 "동시에"(en même temps) 철학을 반영한다. 기업 활동과 투자 촉진을 위한 친시장 개혁과 함께, 사회보장제도의 현대화와 지속가능성 보장을 추구한다.
취임 초기 마크롱은 일련의 친기업 개혁을 단행한다. 부유세(ISF)를 부동산세로 축소, 법인세 단계적 인하(33%→25%), 자본소득에 대한 30% 단일세율 도입, 주택임대차 보호법(Loi Alur) 완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2017년 노동법 개정을 통해 해고 규정 완화, 기업 협약 우선권 강화, 노사협의회 통합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한다.
동시에 마크롱은 교육과 직업훈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취약지역 초등학교 학급 규모 축소(12명), 직업교육 개혁, 실업보험 시스템 개편을 통한 "일하는 것이 이득이 되는"(travail doit payer) 구조로의 전환을 추진한다.
이런 정책들은 부분적 성과를 거둔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까지 실업률은 8.1%로 하락(취임 시 9.5%)하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하며, 경제 성장률도 개선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이러한 긍정적 추세는 중단되고, 2020년 프랑스 경제는 8% 이상 수축한다.
마크롱의 경제 개혁은 "트리클 다운"(trickle-down) 효과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다. 비판자들은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혜택이 일반 시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구매력 하락, 지역 간 불균형, 공공서비스 약화에 대한 불만이 "노란 조끼" 운동으로 표출된다.
노란 조끼 운동은 프랑스 사회의 심층적 분열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조세 저항을 넘어, 도시와 지방, 엘리트와 대중, 세계화의 수혜자와 패자 사이의 균열을 보여준다. 지방 소도시와 교외에 사는 중하층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프랑스"(France invisible)가 정치적으로 자신을 표현한 사건이었다.
마크롱 정부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더 많이 듣고,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접근법을 채택한다. 2019년 "대국민 토론"을 통해 전국 1만 개 이상의 지역 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간 계층 감세, 연금 최저액 인상, 공공서비스 접근성 강화 등의 정책을 발표한다.
코로나19 위기는 마크롱에게 경제 정책의 전환점이 된다. 정부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통해 기업 도산과 실업을 방지하고, 나아가 2021년 1,000억 유로 규모의 "프랑스 회복"(France Relance) 계획을 시행한다. 이는 생태 전환, 경쟁력 강화, 사회적 결속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경제 회복과 구조 개혁을 동시에 추구하는 내용이다.
2022년 재선 이후 마크롱은 완전고용, 산업 재건, 탄소중립 달성을 주요 경제 목표로 제시한다. 특히 연금 개혁(퇴직 연령 62→64세 연장)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지만, 이는 다시 한번 대규모 시위와 사회적 저항에 직면한다.
국제 무대에서의 리더십 추구
취임 직후부터 마크롱은 국제 무대에서 적극적 리더십을 추구한다. "강한 프랑스, 보호하는 유럽, 재활성화된 다자주의"를 외교 정책의 3대 축으로 설정하고,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과의 직접 대화를 중시한다.
유럽 통합 강화는 마크롱 외교의 중심축이다. 2017년 9월 소르본 연설에서 그는 "유럽 주권"(souveraineté européenne) 개념을 제시하고, 유로존 개혁, EU 국방 협력, 디지털·기후 분야 공동 대응 등을 제안한다. 2018년 메르켈과 함께 "메젠베르크 선언"을 통해 EU 개혁 방향을 제시하지만, 독일의 소극적 태도와 다른 회원국들의 저항으로 야심찬 구상의 상당 부분이 실현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마크롱은 유럽 차원의 이니셔티브를 꾸준히 추진한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독일과 함께 7,500억 유로 규모의 EU 경제회복기금을 제안하여 통과시키고,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유럽 정치공동체"(Communauté politique européenne) 구상을 내놓는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마크롱은 트럼프 행정부와 긴장 관계를 경험하면서도, "트럼프 효과"를 유럽 통합 심화의 촉매제로 활용하려 한다. 기후변화, 이란 핵합의, 무역 정책 등에서 트럼프와 갈등을 겪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관계를 개선한다. 2021년 호주-영국-미국 안보동맹(AUKUS) 발표와 프랑스의 잠수함 계약 취소 사태는 일시적 외교 위기를 가져왔지만, 양측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마크롱은 "대화하되 양보하지 않는"(dialogue sans complaisance) 접근법을 취한다. 2019년 G7 정상회담 직전 푸틴을 브레강송 여름 별장에 초청하고, 정기적인 전화 통화를 유지하는 등 대화 채널을 유지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실패하고, 이후에는 EU의 대러시아 제재를 지지하면서도 푸틴과의 통화를 계속한다.
아프리카 정책에서 마크롱은 탈식민주의적 접근을 시도한다. 2017년 알제리 방문 중 식민주의를 "인류에 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2018년 르완다 학살에 대한 프랑스의 책임을 인정하는 등 과거사 청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사헬 지역에서의 테러와의 전쟁("바르칸 작전")을 지속하고, 이는 현지에서 반프랑스 정서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마크롱은 국제적 리더십을 추구한다.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는 슬로건으로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에 대응하고, 2019년 G7 의장국으로서 아마존 산불 문제를 의제화한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노란 조끼 운동으로 인해 탄소세 인상이 철회되는 등 정책 일관성에 한계를 보인다.
마크롱의 다자주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그의 외교 스타일은 종종 일방적이고 개인화된 접근법으로 비판받는다. 특히 EU 내에서 다른 회원국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프랑스-독일 축을 중심으로 구상을 발표하는 방식이 불만을 사기도 한다.
사회문화적 변동과 정체성 논쟁
마크롱 시대 프랑스 사회는 정체성, 세속주의, 이민, 역사적 기억 등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을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프랑스의 자기 이해와 관련된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세속주의(라이시테, laïcité)와 이슬람의 관계는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다. 2020년 10월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가 무함마드 풍자 만화를 수업에서 보여주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감정 존중 사이의 긴장을 다시 부각시킨다.
마크롱 정부는 2021년 8월 "공화국 가치 존중 강화법"(일명 "분리주의 방지법")을 제정한다. 이는 종교적 극단주의에 대응하고 공화국 가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슬람 단체들은 이를 무슬림 표적화로 비판한다. 특히 마크롱의 "이슬람교는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발언은 많은 무슬림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역사적 기억과 식민주의 과거에 대한 재평가도 중요한 쟁점이다. 마크롱은 알제리 전쟁 시기 고문 인정, 모리스 오딘 사망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 르완다 학살에서의 프랑스 역할 조사 등 과거사 청산에 일정한 진전을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참회 문화"(culture de repentance)를 경계하며, 프랑스 역사의 단일성과 연속성을 강조한다.
젠더와 섹슈얼리티 이슈도 사회적 논쟁을 일으킨다. 마크롱 정부는 동성 커플의 인공수정 접근권을 확대하고, 성별 임금 격차 완화 정책을 추진한다. 2017년 시작된 #MeToo 운동(프랑스에서는 #BalanceTonPorc)은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된다.
환경과 기후 문제는 세대 간 갈등의 축으로 등장한다. 청년 세대의 기후 행동주의가 확산되는 가운데, 2018년 니콜라 윌로 환경장관이 사임하면서 마크롱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된다. 2019-2020년 "시민기후협약"(Convention Citoyenne pour le Climat)을 통해 150명의 일반 시민이 기후 정책을 제안하는 실험이 진행되지만, 이 제안들의 실제 이행은 제한적이다.
디지털화와 기술 변화도 프랑스 사회를 재편하는 중요한 동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원격 근무, 온라인 교육, 디지털 의료 등의 확산을 가속화한다. 마크롱 정부는 "스타트업 국가"(Start-up Nation)를 표방하며 디지털 전환을 장려하지만, 디지털 격차와 알고리즘 차별 같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도 제기된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가짜 뉴스"(fake news)도 공론장의 질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상한다.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전통 미디어의 위기, 정보 검증의 어려움은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노란 조끼 운동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동원과 허위정보 확산이 두드러진다.
정치 체제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과제
마크롱은 취임 초기부터 제5공화정 제도의 "현대화"를 중요한 과제로 제시한다. 2018년 헌법 개정안에는 의원 수 감축(30%), 의원 3선 제한, 비례대표제 부분 도입, 국민발안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 개혁안은 "베나라 사건"(대통령 경호원의 시위대 폭행 사건)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과 의회의 저항으로 무산된다.
2019년 노란 조끼 운동 이후, 마크롱은 "대국민 토론"을 거쳐 일부 제도 개혁을 추진한다. 시민 참여 강화를 위한 "시민협약"(Convention Citoyenne) 도입, 지방분권 확대, 고위공직자 학교(ENA) 개혁 등이 이루어진다. 특히 ENA는 2022년 "공공서비스 국립 연구소"(INSP)로 개편되어 사회적 다양성 확대와 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한다.
그러나 많은 비판자들은 마크롱의 통치 스타일이 오히려 권력 집중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주피테르적 대통령"(président jupitérien)을 자처한 마크롱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이는 종종 의회와 중간 단체들의 역할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동안 "국방회의"(Conseil de défense)를 통한 핵심 결정은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정당 정치의 재편도 중요한 변화다. 마크롱의 LREM은 기존 좌우 구도를 무너뜨리고 중도주의를 표방하지만, 지방 기반이 약하고 내부 결속력도 부족하다는 한계를 보인다. 전통 정당들은 몰락하고, 극좌(멜랑숑의 "불복종 프랑스")와 극우(르펜의 "국민연합")가 강세를 보이는 새로운 정치 지형이 형성된다.
2022년 대선에서 마크롱은 재선에 성공하지만, 6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LREM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매달린 의회"(parlement suspendu) 상황이 된다. 좌파연합(NUPES), 국민연합, 공화당 등으로 분산된 의석 구도는 마크롱 2기의 개혁 추진력을 크게 제약한다.
유럽 차원에서 마크롱은 초국가적 민주주의 강화를 시도한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스피첸칸디다텐"(Spitzenkandidaten, 선두 후보) 제도 지지, "유럽 민주주의 컨퍼런스"(Conference on the Future of Europe) 제안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회원국들의 소극적 태도로 제한적 성과에 그친다.
민주주의의 질적 쇠퇴는 프랑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 추세 속에서, 프랑스도 양극화, 포퓰리즘, 언론 자유 축소, 불신 증가 등의 문제에 직면한다. 마크롱은 2022년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하지만, 국내적으로는 "안보 법안"이나 "글로벌 안보 법안" 같은 논란적 입법으로 비판을 받는다.
시민들의 정치 참여 형태도 변화한다. 전통적인 투표와 정당 활동보다 직접 행동, 소셜 미디어 활동, 사회운동 참여 등 비제도적 참여가 증가한다. 노란 조끼 운동은 기존 제도권 정치와 노동조합을 우회한 새로운 형태의 시민 저항이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으로 볼 수 있다.
현대 프랑스의 과제와 전망
2020년대 프랑스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회경제적 분열의 극복이다. 지역 간 격차(대도시와 지방), 계층 간 불평등(상위 1%와 나머지 99%), 세대 간 기회 불균형(청년 실업과 부채) 등은 사회 통합을 위협하는 요소다. 2022년 재선 이후 마크롱은 "화해와 단결"(apaisement et rassemblement)을 강조하지만, 연금 개혁을 둘러싼 갈등은 사회적 분열을 다시 심화시킨다.
경제적으로는 "프랑스 모델"의 지속가능성이 도전받고 있다. 높은 공공지출(GDP의 60% 이상)과 조세 부담, 엄격한 노동 규제, 광범위한 사회보장제도는 세계화와 디지털 경제 시대에 경쟁력을 제약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 모델은 상대적으로 낮은 불평등, 양질의 공공서비스, 사회적 안정이라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 유지도 중요한 과제다. 중국의 부상, 미국의 상대적 쇠퇴, 러시아의 공세적 행동, 신흥국들의 목소리 증가 등 국제질서의 재편 속에서 프랑스의 위치 설정이 필요하다. 특히 "전략적 자율성"(autonomie stratégique)을 추구하는 유럽의 발전과 미국 주도 서방 동맹 체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다.
인구 구조의 변화도 장기적 도전 요소다.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인해 연금, 의료, 장기요양 등 사회보장 부담이 증가하고,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될 전망이다. 이민은 이러한 인구 문제의 부분적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동시에 통합과 정체성 문제를 야기한다.
기후변화와 생태적 전환은 21세기 프랑스의 가장 중대한 도전 중 하나다. 2015년 파리협정 이후 프랑스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했지만, 실제 감축 속도는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산업구조, 소비패턴, 에너지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이는 단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과 갈등을 수반한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 변화에 대한 적응도 중요한 과제다. 인공지능, 로봇화, 플랫폼 경제는 노동시장과 사회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프랑스는 "디지털 주권"(souveraineté numérique) 확보와 함께, 새로운 기술 환경에 맞는 교육, 노동, 복지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정치 체제의 개혁과 민주주의 쇄신도 지속적인 과제다. 기존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 참여 확대, 권력 분산, 숙의 민주주의 강화 등 대안적 모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재선 이후 마크롱은 새로운 "국민회의"(Conseil National de la Refondation)를 설치하지만, 그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프랑스의 미래 전망은 이러한 도전들에 대한 대응 능력에 달려있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유럽 통합 심화와 성공적인 녹색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고, 포용적 공화주의를 통해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반면 비관적 시나리오는 경제적 침체, 사회적 분열 심화, 포퓰리즘의 확산으로 인한 민주주의 약화를 그린다.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혁명과 급격한 변화의 나라였지만, 동시에 강한 제도적 연속성과 국가 역량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제5공화정 체제는 60년 이상 다양한 위기를 극복하며 안정성과 적응력을 보여왔다. 마크롱의 시대는 전통과 변화, 국가 주도와 시장 메커니즘, 국가 정체성과 유럽·세계 통합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마무리: 역사 속의 현대 프랑스
프랑스 역사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현대 프랑스를 역사적 맥락에서 조망해보자. 오늘날 프랑스가 직면한 많은 도전과 논쟁은 프랑스 역사의 오랜 긴장과 모순을 반영한다.
프랑스 정치사는 혁명과 반동, 단절과 연속의 역동적 과정이었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는 다양한 정치 체제(왕정, 제정, 공화정)를 경험했고, 이는 정치적 다원주의와 함께 깊은 이념적 분열을 남겼다. 오늘날의 정치적 양극화와 "두 개의 프랑스" 담론은 이러한 역사적 분열의 현대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 국가 모델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와 공화주의적 보편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이는 로마 제국, 앙시앵 레짐의 절대왕정, 나폴레옹 시대, 제3·4·5공화정을 거치며 발전해왔다. 이 모델은 효율적인 행정과 공공서비스 제공, 국가 주도 근대화의 기반이 되었지만, 지방과 다양성의 억압, 획일적 통합이라는 비판에도 직면한다.
유럽과 세계 속의 프랑스라는 테마도 역사적 연속성을 갖는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유럽의 주도국이자 세계적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렸으나, 양차 세계대전과 식민지 상실로 영향력이 약화되었다. 드골 이후 프랑스는 독자적 외교 노선과 유럽 통합이라는 두 축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유지하려 노력해왔으며, 마크롱의 외교 정책도 이러한 전통을 계승한다.
프랑스 사회모델은 국가 주도 경제와 강력한 사회보장제도의 결합이다. 이는 19세기 말 사회 개혁, 인민전선, 해방 이후 국유화와 경제계획, 1968년 이후 사회적 권리 확대를 거치며 발전했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와 유럽 통합 심화로 이 모델은 도전받고 있지만, 여전히 프랑스인들의 강한 지지를 받는 국가 정체성의 일부다.
문화와 언어를 통한 영향력 투사는 프랑스의 오랜 전략이다. 프랑스어, 문학, 예술, 학문, 요리, 패션 등 "프랑스적인 것"은 국제적 매력과 영향력의 원천이었다. 오늘날 글로벌 영어권 문화와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 속에서 프랑스 문화의 위상이 도전받고 있지만, 문화적 예외주의와 다양성 수호는 여전히 프랑스 외교의 중요한 축이다.
공화주의적 통합 모델과 다문화주의의 긴장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공화주의는 개인에 대한 보편적 권리와 의무를 강조하며, 종교와 인종에 기반한 집단적 정체성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한다. 이는 19세기 교회와 국가의 분리 투쟁, 20세기 초 이민자 통합, 오늘날 이슬람과의 관계에서 지속적인 쟁점이 되어왔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현대 프랑스의 과제는 단순한 정책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프랑스의 근본적 가치와 제도, 정체성에 관한 지속적인 재해석과 협상의 과정이다.
마크롱은 이 과정에서 "동시에"(en même temps) 라는 모토로 전통과 혁신, 국가와 시장, 프랑스와 유럽, 보편주의와 다양성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한다. 이러한 접근이 성공적일지, 아니면 더 깊은 분열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분명한 것은 프랑스가 여전히 자신만의 역사적 경로와 정체성을 가진 독특한 국가라는 점이다. 글로벌화, 유럽화, 디지털화의 압력 속에서도 프랑스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혁명의 이상과 강한 국가, 문화적 탁월함, 사회적 연대라는 전통적 가치를 결합한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역사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적 도전에 대한 창의적 대응의 가능성을 시사한다.